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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海

RFID 기사

아름수풀 2004. 10.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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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전자꼬리표'가 신세계 연다
[뉴스메이커 2004-10-15 14:24]

20××년 10월 21일 오후 7시. 맞벌이부부인 김씨와 박씨는 퇴근하자마자 대형 할인매장에 들렀다. 1주일치 생필품을 사서 계산대 앞에 섰더니 바코드를 읽지도 않고 전체 물품 목록과 가격이 벌써 계산대 모니터에 나열돼 있다. 남편 김씨는 캐시어에게 내 카드로 계산하겠다고 한마디 던진 후 박씨와 함께 계산대를 그냥 지나쳤다. 두 사람이 몇 걸음 걸었을 때 김씨의 휴대전화로 물건값이 결제됐음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김씨의 신체에 심어져 있는 RFID(R 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무선주파수인식 또는 전자태그)로 김씨를 인식한 뒤 김씨의 신용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씨는 신용카드가 RFID와 통합돼 있어 별도로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바코드'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
 
불과 몇 초 만에 계산을 끝낸 김씨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자동차에 심어져 있는 RFID 영향으로 가로등이 전진하는 방향은 켜지고 지나치면 자동으로 꺼졌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 자동으로 차고문이 열렸다. 그리고 현관앞에 서자 현관문도 자동으로 열렸다. 문이 열리자 유일하게 집안에서 움직이는 애완견 '진도'가 반갑게 두 사람을 맞는다. 두 사람이 집에 없을 때 '진도'를 제외한 움직이는 덩치 큰 물체가 있으면 집안에 있는 보안시스템에 감지돼 비상벨이 울림과 동시에 경찰과 보안업체에 연락된다. '진도'에게도 RFID가 심어져 있다.
 
대형 할인매장에서 사온 매운탕 재료를 용기와 함께 전자레인지에 넣자 자동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용기에 있는 RFID를 통해 전자레인지가 요리법을 인식한 것이다. 두 사람이 TV를 보며 기다리는데 냉장고에서 우유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이어트 중인 박씨는 식사 후 체중계에 올라가니 체지방 등 각종 생체정보가 좌르르 나온다. 며칠 전의 생체정보와 비교한 데이터도 있다. 물론 박씨에게도 RFID가 심어져 있다. 체지방이 약간 감소한 것을 확인한 박씨는 쾌재를 부른다.
 
외부인이 찾아왔다는 메시지가 들려 현관에 나갔더니 경찰의 손에 맥주캔이 들려 있다. 전날 공원에 가서 김씨가 무단으로 버린 것이다. 맥주캔에 있는 RFID로 지난 주 김씨가 할인매장에서 샀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김씨의 자백을 받은 뒤 벌금을 물리고 돌아갔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RFID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RFID란 IC칩과 안테나를 내장한 태그(Tag)를 말한다. 각종 사물의 정보를 담은 전자꼬리표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RFID는 그동안 유통 현장을 지켜왔던 바코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빛으로 인식하는 바코드는 사람이 직접 판독기(스캐너)를 들고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다량의 물품처리에 한계가 있는 데다 실시간 정보파악이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RFID는 빛이 아닌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태그의 정보를 판독하기 위해서 판독기를 반드시 태그 가까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 게다가 RFID는 무선에 의해 자동으로 판독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판독기를 조작할 필요도 없다. 지나치기만 해도 물품이 바로 확인된다.
 
또 바코드는 한 종류의 제품을 확인해주지만 RFID는 제품 하나하나를 인식한다. 예컨대 하나의 바코드가 '오리온 초코파이'라는 한 종류의 상품을 인식한다면 RFID는 '오리온 초코파이' 한 통을 별개의 존재로 식별시켜준다. 마치 사람마다 고유한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것처럼 상품 하나하나가 고유한 태그를 가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쓰기 기능도 있어 지속적으로 최신정보를 첨가해 기록할 수 있다. 즉 RFID는 사물이나 동-식물에 부착하면 탄생(생산)부터 성장(유통)과정, 현재 상태 등 '내가 누구다'라는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세계적 유통회사들 '눈독'
 
그렇다보니 재고관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현재 미국 국방성은 유효기간이 경과된 전투식량이 군대에 보급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RFID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에서는 가축을 관리하는데 RFID를 사용한다. 1년에 7백만 개 이상 미국의 항구로 들어오는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데도 RFID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막대한 관리비용을 간소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RFID의 장점인 것이다. 때문에 월마트, 베네통, 질레트 등 세계적인 유통-생산업체들이 RFID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밖에 운전자들은 연료를 사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치르는 데 RFID를 사용한다. 마라톤대회 주최자는 마라톤 경주자들의 기록을 체크하기 위해 RFID를 사용한다. 현재 RFID산업이 태동 단계에 불과한 데다 이용범위가 상당한 수준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혁명적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RFID는 물류 등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기술이다"면서 "앞으로 RFID에 센서네트워크 기술과 바이오 기술까지 접목된다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휴렛팩커드(HP) 필립 츄아 아시아-태평양 제조 부문 총괄이사는 "RFID는 몇 년 전의 무선통신기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있는 혁명적 기술"이라고 밝혔다.
 
RFID가 실용화된 것은 1980년대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형으로 고가인 데다 기능도 제한돼 있었기 때문에 공장자동화 등 극히 일부 분야에서만 이용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유통, 의료 등을 중심으로 실용화 방안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특히 1998년 영국 레딩 대학의 인공두뇌학과 케빈 워웍 교수가 자신의 몸에 전파교신기가 내장된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 이후 인체에 직접 칩을 이식하려는 시도로 인해 계속 논란이 일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어플라이드 디지털 솔루션(ADS). ADS는 애완동물, 사람 등 생체에 이식하는 RFID로 유명한 회사다. 이 회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잃어버린 애완동물의 추적을 위한 이식용 RFID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멕시코 법무무의 RFID 생체 이식 실험을 하기도 했다. 멕시코 법무부는 건물 출입통제와 신원확인용으로 법무장관을 포함한 160명의 법무부 직원들에게 RFID를 대량으로 이식한 것이다. RFID로 인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가 출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파'가 RFID의 핵심
 
RFID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태그 외에도 정보를 읽어들이는 판독기(바코드는 이 역할을 스캐너가 한다)가 있어야 한다. RFID는 판독기가 있는 곳에서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실시간 감시는 어렵다. 물론 판독기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면 실시간 감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RFID를 내장한 사람이나 사물이 판독기 근처에 접근하면 RFID와 판독기가 통신을 한다. 판독기와 RFID 사이에 통신이 시작되면 판독기에 있는 안테나가 태그에서 보낸 신호(정보)를 서버로 전송한다. 태그 정보와 서버에 있는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통신이 끊긴다. 서버에는 각종 RFID를 통해 축적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수 있다.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읽거나 기록할 수 있으며 여러 개의 태그에 저장된 정보를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
 
물류 공정에서 박스나 팔레트에 여러 제품이 뒤섞여 있다 하더라도 모든 개별 제품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때문에 업무효율의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다. 또 창고나 점포에서도 단품관리나 일괄적인 재고관리가 가능해진다. RFID에서 발생시키는 전파 신호가 강하면 강할수록 판독기를 RFID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강한 전파신호를 발생시키려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게 때문에 보통 RFID는 면도날 또는 군화 등과 같은 저가제품의 경우에는 대량 운반용 상자에 부착하며 자동차나 군용 장비 등과 같은 고가제품의 경우에는 각각의 제품에 개별적으로 부착한다. 작동거리는 수㎜에서 수m까지 다양하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