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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무
내가 그 시절을 이미 경험했기에 잘 알고 있다고, 그만큼 쉬운 것은 없다고 충고하지 말고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너는 잘 이겨내고 있노라고 격려해주자.
장마가 시작되었다. 며칠째 호우특보가 떴지만 비가 오지 않거나 오더라도 살짝 내렸는데 어젯밤부터 제법 비가 내린다. 아침에 신길역에서 여의도 사무실까지 걸어가는데 오늘은 5호선을 갈아탔다. 지금도 비가 많이 온다. 비 오는 날은 집에 누워 빗소리를 듣는 것이 좋은데.
어찌 보면 시골에서 밥을 해 먹는 단순한 영화일지 모른다. ‘밥 한 번 먹자’, ‘밥은 먹었냐?’, ‘밥 값은 해야지’ 이렇듯 밥이란 것은 한국인에게는 시작이자 끝인 것이다. 어릴 때, 젊은 시절에는 뭐가 그리 바쁜지 밥 먹으라는 어른들의 말이 그저 잔소리로만 여겨졌다. 지금은 내 아이들에게 항상 때를 챙기라는 소리를 달고 있다. 요리는 밥을 맛있게 해 주는 수단이고, 귀찮은 존재인 줄 알았는데 이게 힐링 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새삼 알아 가고 있다. 어떤 맛인지 그려 보는 상상력이고, 어떤 조합을 할 것인지 도전해보는 창의력, 먹는 대상을 살펴보는 헤아림, 먹고 좋아하는 이들을 보며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요리할 때 나는 소리, 움직임 등이 너무 좋다. 맛있으면 더 좋겠지만 요리하는 과정만으로도..
낮에 여의도 공원에서 본 계수나무 나뭇잎들. 한창 짙은 녹음을 띄어야 할 때인데 잎이 끝에서부터 타 들어간다. 너무 가물다. 장마가 북상하고 있어 내일부터 비가 내린다니 다행이다.
오늘은 일년 중 해가 가장 길다는 하지이다. 이제 동지까지 해가 점점 짧아지겠지. 마침 오흥리에서 유기농 감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맛있는 하지 감자이겠구나. 아내는 10킬로그램을 주문했다. 주문 폭주로 1킬로그램만 주문할 수 있었다. 벌써 맛있는 감자가 군침을 돌게 한다. 요즘 하루하루 일상이 너무 감사하다. 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끊임없이 생각하자.
1986년 10월 25일 토요일 밤.
2012년 설이 왔다. 올해에는 하나라도 무언가를 꼭 해내야 한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